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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을 어슬렁거리는 사자에게는 사자의 길이 있다.
그 곁에서 태평스럽게 아차 하는 순간을 모르고 풀을 뜯는 누(영양)에게는 누의 길이 있다.
잡아먹고 먹히는 길은 가까이 지척에 있다.

우리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 인생 길은 늘 선택을 강요받는다.몹시 망설이며 한 길을 선택한다
가지 못한 길이 혹시라도 더 좋은 길이 아니었을까 뒤돌아보며 아쉬워한다.

길은 여럿이다. 살아온 길, 살아갈 길.
살아온 길은 옛일이다. 지울 수 없는 궤적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다양한 선택의 연속이었다.
오랜 시간을 외돌고 감돌아 가다가 그럴듯한 여자(또는 남자) 하나 만나
오로라 같은 사랑이란 이름의 샛길로 빠져 결혼이라는 족쇄를 차고
허우적거리며 아옹다옹 지지고 볶고 서로 원망하면서도
그것이 행복이려니 착각하고 자식들 낳아 한쪽 발마저 족쇄가 채워져

삶이 주는 욕심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한 길이 누구에게나 씌워지는 운명의 거미줄이리라.
나는 참 여러 길을 에둘러 지금의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은 꼭 걸어가야 할 길이였던가?
삶에서 수많은 길을 선택해야 하는 과정에서 운명적인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 팔자가 되어 다가왔다 사라진다.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짜인 각본에 의한 것 같아 참 허무하다.

살아갈 길은 새로 그릴 수 있는 길이다.
살아온 길은 지울 수 없는 기록일 테지만 살아갈 길은 지울 수 있는 그림이다.
그 그림은 다양한 선택의 연속일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처럼 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이제 내 인생길에 선택지는 얼마나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꽃 사이를 팔랑거리며 나는 나비나 벌들도 제 나름의 길이 있다
.
구만리 장천을 날아 낙동강 하구를 찾아 오고 날아 가는 철새들에게도 
그들의 길이 있다

낙동강은 수많은 사건 사연을 안고 하구언으로 흘러 간다
흘러 가는 낙동강물은  자기 안에 품고 가는 사연 사건에 관심이 없다 
선과 악에 상관 없이 품에 안고 
오랜 시간 그저 그렇게 흘러 갈 뿐이다

낙동강은 내 안의 내가 살아 온 길에 관심이 없다 
내가 살려면 뭍으로 헤엄처 나와야 한다
운 좋으면 나무 토막이라도 붙잡고 억세게 운이 좋으면 땠목을 만날 거다

길은 나의 발밑에서 뻗어 나가지만 그 길은 언제나 나의 마음 위에서 이어져간다.
나는 이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 다시 나의 길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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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砅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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