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檄 黃 巢 書 

廣明二年七月八日 諸道都統檢校太尉某官 告黃巢 夫守正修常曰道臨危制變曰權 

智者成之於順時 愚者敗之於逆理 然則雖百年繫命 

生死難期 而萬事主心 是非可辨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 軍政則先惠後誅 

將期剋復上京 固且敷陳大信 敬承嘉諭 用戢奸謀 且汝素是遐甿 

驟爲勍敵 偶因乘勢 輒敢亂常 遂乃包藏禍心 竊弄神器 侵凌城闕 

穢黷宮闈 旣當罪極滔天 必見敗深遁地  唐虞已降 苗扈弗賓 

無良無賴之徒 不義不忠之輩 爾曹所作 何代而無 遠則有劉曜王敦覬晉室 

近則有祿山朱 吠噪皇家 彼皆或手握强兵 或身居重任叱叱則雷奔電走 

喧呼則霧塞烟橫 然猶暫逞奸圖 終殲醜類 日輪闊輾 

豈縱妖氛 天綱高懸 必除凶族 況汝出自閭閻之末 起於隴畝之間以焚劫爲良謀 

以殺傷爲急務 有大 可以擢髮 無小善可以贖身 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 

仰亦地中之鬼已議陰誅 縱饒假氣遊魂 早合亡神奪魄 

凡爲人事 莫若自知 吾不妄言 汝須審聽 比者我國家德深含垢 

恩重棄瑕 授爾節旄 寄爾方鎭 爾猶自懷鴆毒 不斂梟聲 動則齧人 

行唯吠主 乃至身負玄化 兵纏紫微 公侯犇竄危途 警蹕則巡遊遠地 

不能早歸德義 但養頑凶 斯則聖上於汝有赦罪之恩 汝則於國有辜恩之罪 

必當死亡無日 何不畏懼于天 況周鼎非發問之端 漢宮豈偸安之所 

不知爾意終欲奚爲 汝不聽乎 道德經云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又不聽乎 春秋傳曰 天之假助不善 

非祚之也 厚其凶惡而降之罰 公汝藏奸匿暴 惡積禍盈 危以自安迷以不復 

所謂燕巢幕上 漫恣騫飛 魚戲鼎中 卽看燋爛 我緝熙雄略糺合諸軍 

猛將雲飛 勇士雨集 高旌大旆 圍將楚塞之風 戰艦樓船 

塞斷吳江之浪 陶太尉銳於破敵 楊司空嚴可稱神 旁眺八維 橫行萬里 

旣謂廣張烈火 爇彼鴻毛 何殊高擧泰山 壓其鳥卵 卽日金神御節水伯迎師 

商風助肅殺之威 晨露滌昏煩之氣 波濤旣息 道路卽通 當解纜於石頭 

孫權後殿 佇落帆於峴首 杜預前驅 收復京都 剋期旬朔但以好生惡殺 

上帝深仁 屈法申恩 大朝令典 討官賊者不懷私忿 諭迷途者固在直言 

飛吾折簡之詞 解爾倒懸之急 汝其無成膠柱 早學見機 

善自爲謀 過而能改 若願分茅列土 開國承家 免身首之橫分 

得功名之卓立 無取信於面友 可傳榮於耳孫 此非兒女子所知 實乃大丈夫之事 

早須相報 無用見疑 我命戴皇天 信資白水 必須言發響應 

不可恩多怨深 或若狂走所牽 酣眠未寤 猶將拒轍 固欲守株 則乃批熊拉豹之師 

一麾撲滅 烏合鴟張之衆 四散分飛 身爲齊斧之膏 

骨作戎車之粉 妻兒被戮 宗族見誅 想當燃腹之時 必恐噬臍不及 爾須酌量進退 

分別否臧 與其叛而滅亡 曷若順而榮貴 但所望者 必能致之 

勉尋壯士之規 立期豹變 無執愚夫之慮 坐守狐疑 某告 

  격황소서(檄黃巢書-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최치원]

역적 황소에게 보낸 격문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 검교태위 아무개가 황소에게 고한다.
올바름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라 하고 위기에 처해 변통하는 것을 권이라 한다. 지혜로눈 사람은 때에 순응하여 성공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거슬러 실패한다. 그러므로 백 년 인생에 죽고 사는 일을 기약하기는 어려우나 모든 일이란 마음에 달려있어 그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천자의 군대는 정벌을 할 뿐 전쟁을 하지 않고, 군정은 은혜를 베푸는 일을 먼저 하고 죽이는 일을 뒤에 한다. 장차 수도를 되찾아 큰 신의를 펴고 삼가 천자의 분부를 받들어 간사한 꾀를 그치게 하고자 한다.
너는 본래 변방 촌사람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 감히 도리를 어지럽히고, 마침내 불측한 마음을 품고 천자의 자리를 노리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그 죄가 하늘에 닿아 반드시 패하여 도망갈 것이 분명하다.

슬프도다! 당우 시대 이래로 묘와 호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으니, 선량함이 없고 무뢰하며 충의가 없는 무리들이었다.
너희들이 한 짓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는가?
멀리는 유요와 왕돈이 진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이는 녹산과 주자가 당나라를 시끄럽기 하였다.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력을 쥐고 몸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아, 호령이 떨어지면 우례와 번개가 치듯 요란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서린 듯 자욱하였지만, 잠시 동안 간악한 일을 도모하다가 결국 남김없이 섬멸되었다.
햇빛이 활짝 났으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는가? 하늘 그물이 높이 쳐졌으니 흉악한 족속들은 반드시 제거될 것이다.

하물며 너는 말단 평민 출신으로 밭두둑 사이에서 일어나 불 지르고 겁탈하는 일을 좋은 일로 알고, 죽이고 해치는 일을 급한 일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이 큰 죄만 있고 속죄할 작은 선행조차 없으니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땅의 귀신들도 너를 죽이고자 의논하였을 터이다. 그러나 너는 비록 숨은 붙어 있느나 넋은 이미 빠졌을 것이다.

사람의 일 중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나는 헛된 말을 하지 않으니 너는 잘 들어라.
근래 우리나라(당나라)는 더러움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허물을 용서해 주는 은혜가 중하여 너에게 병권을 주고 지방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거늘 너는 도리어 짐새의 독을 품고 올빼미의 흉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개가 사람을 물어뜯고 주인에게 짖는 격이다.

그리하여 공후들이 험한 길로 달아나 숨게 하고 천자의 수레는 먼 지방으로 피난 가시게 하였거늘 너는 일찌감치 덕의로 돌아올 줄을 모르고 완악함만 키우고 있다.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를 베푸셨거늘, 너는 나라에 가 받은 은혜를 배신하는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주나라 솥은 네가 넘볼 것이 아니요. 한 나라 궁궐이 어찌 네가 머무는 곳이겠느냐! 장차 네가 어찌하려는 건지 모르겠구나!

너는 듣지 못하느냐? 도덕경에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못 넘기고, 소나기는 하루를 못 넘김다 라고 하였으니, 천지자연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랴! 너는 또 듣지 못하느냐? 춘추전에 하늘이 나쁜 사람을 놓아두는 것은 그에게 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흉악함이 더 심해지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포악함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화가 가득하였는데도 위험함을 편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아올 줄을 모르니, 말하자면 제비가 막 위에다 집을 지어 그 막이 불타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들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헤엄치지만 곧 삶아지는 것과 같은 셈이다. 우리는 웅대한 전략을 모으고 여러 군대를 규합하여, 용맹한 장수가 구름처럼 날아들고 용감한 군사들이 비처럼 모여들어, 높이 휘날리는 깃발은 초 지방 요새의 바람을 에워싸고 총총히 들어선 함선은 오강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도 태위처럼 적을 쳐부수는 데 날래고, 양 사공처럼 신이라 불릴 만큼 엄숙하여 멀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 리를 가로지를 수 있으니, 너를 헤치우는 일 따위야 큰 불을 놓아 기러기 털을 불사르고 태산을 높이 들어 새알을 짓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이제 가을이 되어 바야흐로 물의 신이 우리 군대를 반기는 이때에, 가을 바람은 초목을 말라 죽게 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이슬은 혼탁한 기운을 씻어주니 파도는 이미 잠잠하고 길은 곧장 통한다. 석두에 닻줄을 놓으니 손권이 우리 후군이 되고, 현산에 돛을 내리니 두예가 선봉이 되었다. 이제 수도를 다시 찾는 일은 늦어야 한 달이면 되겠지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꺼리는 건 하늘의 깊은 인자함이요, 법을 뒤로하고 은혜를 펴는 건 국가의 훌륭한 제도이다.

공공의 적을 토벌하는 일에 사적인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되고, 길을 헤매는 이를 깨우치려면 정녕 바른말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내 이 한 장 격문을 날려 너의 위급함을 해결해 주려는 바이니, 너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좋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지난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약 땅을 떼어 받아 제후국을 열어 몸과 머리가 동강 나는 화를 피하고 공명을 세우고자 한다면 네 무리를 믿지 말아야 네 후손에게 영화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안은 아녀자가 알 바가 아니요, 진정한 대장부의 일이니 속히 답을 주기 바라며 의심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나는 천자에게서 명령을 받았으며 맑은 물에 신의를 명세하였다.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메아리처럼 응할 것인바 은혜가 많으니 원망을 깊이 할 건 없다. 만일 미쳐서 날뛰는 너희 무리가 잠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고 수레바퀴에 항거하듯이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대가 한 번 휘둘러 박멸함으로써 오합지졸 같은 너희 무리는 사방으로 흩어져 버릴 것이요, 네 몸뚱이는 도끼날에 잘려 나갈 것이고 네 뼈는 수레 밑에 깔린 가루가 될 것이요, 처자들은 잡혀 죽고 친척들은 베여 죽을 것이다.



동탁처럼 배를 불태울 때가 되어 후회한다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를 잘 생각하고 선악을 잘 분별하라. 국가를 배반하여 멸망하기보다는 귀순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다만 내가 바라는 바는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니 대장부가 할 바를 힘써 찾아 얼른 생각을 바꾸고 졸장부의 염려느느 갖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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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砅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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