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박병석 부의장님,
무소속 안철수 의원입니다.
이 자리에서 서 있는 저는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국정원 개혁도 일말의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해 새로운 사안들을 놓고 긴급현안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해결은커녕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서 앞의 문제를 덮고 또 다른 문제가 터져서 그 앞의 문제를 가리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정원 문제에서 사초실종 논란으로 그리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 문제로, 채 전 총장 문제에서 진영 전 장관 문제로, 거기다 이제는 대선 공약파기 논란으로, 저도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오늘은 정부의 책임을 엄중히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총리 나와 주십시오.
질문 드리겠습니다.
복지부장관이 사의를 표하자 총리가 만류하고, 그럼에도 장관은 사표를 내고 청와대는 반려하고, 장관은 연락을 끊고 잠적까지 해가며 결국 사표는 수리되었습니다.
과거에 이런 전례가 있습니까?
오늘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기초연금 문제 외에 4대 중증질환 보장, 무상보육 등 복지과제가 산적해 있고, 진주의료원 문제 역시 국정조사보고서는 채택됐지만 경남도는 재개원 못 한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산적한 현안들을 두고 수장이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검찰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등을 지휘해야할 검찰총장까지 불미한 이슈로 공백이 되었습니다.
총리께서는 이런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 근본적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이런 부분에 대해 청와대와 총리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진 장관은 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이메일 사표를 내기 전에 이미 수차례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는데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했습니다. 또 채동욱 전 총장 건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전 과정에서 일관되게 모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이 사실입니까?
저는 여야 간도 아니고 정부 내에서 청와대와 각료, 그리고 법무부와 검찰총장 간에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자체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내 소통의 문제로 수장이 공석인 상황은 행정과 정책집행의 공백을 가져옵니다. 이는 곧 바로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빨리 인선에 착수해야 합니다.
또한 검찰총장 사퇴 과정에서 청와대와 법무부가 제시한 정말로 엄정한 도덕적 기준, 복지부 장관 사퇴 과정에서 청와대가 보여준 불통의 문제가 이번 인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저를 비롯한 이 자리에 있는 선배 동료 의원들이 철저히 따져볼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문제로 긴급현안질문이 진행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기초노령연금에 관하여 묻겠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공적연금의 존립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빈곤율로 측정했을 때, 대한민국 노인들의 빈곤율은 45%로 OECD 평균 13.3%의 세배 이상으로, 가장 빈곤율이 높습니다. 또 노인자살율 1위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극심한 노인빈곤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논란의 첫 번째는 공약과 달리 대상을 70%로 축소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정부에서 기초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과 연계시켜 차등적용 하겠다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들은 앞서 여러 의원님들께서 지적하셨기 때문에 더 들어가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국민연금과의 연계 부분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리라 생각합니다. 국민연금의 장기가입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어서 가뜩이나 취약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저는 연금의 적정규모와 재원조달 부분에 대해서 질문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노인인구에 대한 공적연금지출액은 박근혜대통령의 대선공약대로, 전체 노인에게 20만원씩을 균일하게 지급을 하더라도, 2030년에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합쳐서 GDP의 4.5%입니다. OECD의 평균 10.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번 정부안대로 70%를 대상으로 하고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차등지급을 하게 되면 이 비율은 더 떨어질 것입니다.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근본 목적은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데, 재원을 절약할 방법만 찾다보니 노인빈곤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규모가 되어 버립니다. 이는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식으로 대통령 공약의 주요 내용이 바뀐다면, 기초연금법을 만드는 이유를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음으로 재원조달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50페이지에 가까운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 계획>에 의하면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급여 지급에 소요되는 재원은 전액 조세로 조달”이라고 한줄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 것이 소신이라고 하시며 증세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기초연금재정이 과세로 해결될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부에서 국채를 발행하여 재원을 조달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합니다.
연금재정을 조세를 통해서 조달하는 것은 우리세대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지만, 국채를 동원해서 조달하는 것은 말 그대로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입니다. 총리께서는 연금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하실 수 있습니까?
이 정부의 문제는 재정의 부족이 아니라 의지의 결핍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기초연금의 재정부담에 대해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근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재정자주도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10%에서 60%정도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후보시절 ‘전국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셨던 적이 있는데, 기초연금이야말로 대표적인 전국단위 사업입니다. 연금의 추가적인 재정부담은 대통령 말씀대로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데, 총리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아마 지방자치단체들은 총리의 답변을 듣고 답답할 것입니다.
기초연금제도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최우선적인 기준은 노인빈곤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일 것입니다. 또한 모든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내가 65세가 되면 얼마를 받을지 알기 어려운 제도로는 설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총리 이제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국민 여러분들,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들 어떻게 듣고 계십니까? 한 차례의 긴급질문으로 궁금증과 답답함이 해소되리라고 기대하시지도 않았겠지만 답답한 마음은 전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 상임위가 열리고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본회의가 열릴 것입니다. 오늘 논의된 기초연금 문제를 비롯해 무상보육, 무상급식, 그리고 대통령 공약인 고교 무상 교육 등 중요한 복지과제를 놓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곧 인사청문회도 열릴 것입니다. 국정원 개혁 문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성과를 내야 합니다. 정말로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위기라는 말이 참 익숙하고, 위기라는 말로 다른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시도들이 많습니다만 지금 정말 어렵습니다. 국제정세는 물론이고 민주주의, 민생 다 어렵습니다. 국민 여러분들 정치는 쳐다보기도 싫다는 말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 꼴 보기 싫다고 정치에서 눈 돌리지 마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정치에서 눈을 돌리면 속으로 웃을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눈을 부릅떠 주십시오. 더 질타해주십시오.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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