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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능리 갈림길의 침묵

 

금능리 푸른 산등성 굽이도는샛길 따라

수줍은 그림자 밟으며 그대 뒤를 쫓았었지

국민학교 첫 단추부터 아홉 해를 한 교실서

숨소리마저 익숙했던 열여섯 그 여름 날.

 

말 한마디 건네려다 가슴만 방망이질 치고

산기슭 샛길 지나 개기로 만나는 길목에서

고백의 말은 끝내 입술 끝에 걸린 채

서로의 갈 길로 흩어지던 그 적막한 떨림이여.

 

반세기를 굽이돌아 서울 할머니, 부산 할아버지로

이제는 하얀 서리 내려앉은 세월의 길목에 서니

못다 전한 사랑보다 오직 건강히 살아준 고마움이

낙동강 물줄기 타고 한강 저편으로 흐르네.

 

아직도 눈을 감으면 금능의 그 샛길은 선명한데

그날의 멈춤이 있어 오늘의 그리움이 더 애틋하니

그저 건강히 잘 사시구려,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 붉어질

나의 영원한 열여섯, 예쁜 고향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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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砅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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