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7년 1월2일자 청나라의 제1차 항복 요구 조서
대청국 관온인성황제(청 태종)는 조선 국왕(인조)에서 조서를 내려 유시한다.
우리 군대가 지난날 동쪽으로 우량하를 정벌했을 때 너희 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맞아 싸웠다. 그 뒤로 또 명나라를 도와서 우리에게 해를 끼쳤다.(사르후 전투) 그러나 우리는 이웃나라와의 우호 관계를 생각해서 이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 우리가 요동을 점령하게 되자, 너희는 다시 우리 백성들을 유인하여 명나라에 보냈다. 짐이 진노하여 정묘년에 군사를 일으켜 너희들 벌한 것은 진실로 이 때문이다. 이로써 강대함을 믿고 약자를 업신여겨 이유없이 군대를 일으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너는 또 무엇 때문에 너희 변방 신하에게 글을 보내 "사세가 부득이하여 무리한 요구에 얽혔지만, 이제는 정의로써 결단할 때이니, 경은 여러 고을을 깨우쳐서, 충의의 인사로 하여금 지략을 다하게 하고, 용감한 자로 하여금 정벌하는 대열에 따르게 하라'라고 했느냐. 이제 짐이 몸소 대군을 통솔해서 싸우러 왔다. 너는 왜 지모 있는 자로 하여금 계책을 다하게 하고, 용감한 자로 하여금 싸우는 대열에 나서게 해서 친히 일전(一戰)을 시도하지 않느냐.
짐은 결코 힘의 강대함을 믿고서 남을 침범하려는 것이 아니다. 너희가 도리어 약소한 국력으로써 우리의 변경을 소란하게 하고, 우리의 지경 안에서 인삼을 캐고 사냥을 했으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 그리고 짐의 백성으로 도망자가 있으면 너희가 이를 받아들여 명나라에 보냈으며, 명나라 장수 공유덕과 경중명 두 사람이 짐에게로 귀순코자 했을 때 짐의 군대가 그들을 맞이하러하자 너희 군대가 총을 쏘며 이를 가로막아 싸운 것은 또한 무슨 까닭인가.
이번 전쟁의 원인은 실로 너희 나라에 있다. 짐의 아우와 조카 등 여러 왕들이 네게 글을 보냈으나 너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정묘년에 네가 섬으로 도망가서 화친을 애걸했을때 바로 그 왕들 앞으로 글을 보내지 않았더냐. 짐의 조카나 아우가 어찌 너만 못하단 말인가.
그리고 외번의 여러 왕들이 너에게 글을 보냈는데 너는 여전히 거절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당당한 원나라 황제의 후손인데 어찌 또 너만 못하랴. 원나라 때 조선은 공물을 바치기를 그치치 않았다. 오늘날 어찌 하루 아침에 이처럼 오만해졌단 말이냐. 그들이 보낸 글을 거절해서 받지 않은 것은 너희 혼암과 교만이 극도에 이른 것이다. 너희 조선은 요,금,원 세나라에 대하여 해마다 공물을 받치고 신(臣)이라 일컬었었다. 예로부터 너희 나라는 신하로서 북쪽을 바라보면서 남을 섬겨 평안을 보전하지 않은 때가 있었단 말이냐.
짐이 이미 너희 나라를 아우로 대했는데도 너는 갈수록 배역하여 스스로 원수를 만들고 백성들을 도탄에 몰아넣었다. 성곽을 비우고 궁궐을 버려서 처자와 헤어지고 단신으로 산성으로 도망쳐 들어가 설사 목숨을 연장하여 천년을 산들 무슨 이로움이 있겠느냐. 정묘년의 치욕을 씻느다면서 지금의 이 치욕은 어떻게 씻을 것인가. 정묘년의 치욕을 씻으려한다면 무엇 때문에 몸을 움츠리고 들어앉아서 울타리 안에 사는 부녀자의 짓을 본받는단 말인가. 네가 비록 이 성안에 몸을 숨기어 구차스럽게 살기를 바라지만 짐이 어찌 너를 그대로 버려 두겠느냐.
짐의 내외 여러 왕과 문무의 신하들이 짐에게 황제의 칭호를 권하여 올렸다. 너는 이 말을 듣고 이르기를 "이것이 어찌 우리 군신이 차마 듣고 참을 수 있는 말인가" 했다는데 이는 또 무슨 까닭이냐. 무릇 황제의 칭호를 올리고 안올리는 것은 너에게 달려 있지 않다. 하늘이 도우면 평범한 지아비도 천자가 될 수 있고 하늘이 재앙을 내리면 천자도 한 이름없는 사내가 되는 것이니, 네가 한 말은 심히 방자하고 망령스럽다.
또한, 맹약을 어기고, 성을 수축하였으며, 우리의 사신을 접대하는 예의가 소홀했다. 또 우리의 사신이 가서 너희 나라 재상을 만났을때 계교를 써서 우리 사신을 사로 잡으려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명나라는 부모의 나라로 섬기면서 우리를 해치려 꾀했음은 또 무슨 까닭인가. 이상은 너의 죄목 중에 큰 것을 들었을 뿐이고, 그 밖의 사소한 것은 이루 열거하기 어렵다.
이제 짐이 대군을 이끌고 와서 너의 8도를 무찌르려고 하는데, 네가 부모처럼 섬기는 명나라가 장차 어떻게 너희를 구해 주는지 보고 싶다. 자식의 위급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부모된 자가 어찌 구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는 네가 스스로 무고한 인민을 물불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니, 억조의 많은 사람들이 어찌 너를 탓하지 않으랴. 만일 할 말이 있거든 서슴치 말고 소상하게 알려라
숭덕 2년 1월 2일, 대청국 관온인성 황제
◆ 1637년 1월17일자 청나라의 제2차 항복 요구 조서
관온인성황제은 조선 국왕에게 조서를 내려 유시한다.
네가 보낸 글에 이르기를 '꾸중하는 것이 너무 심하면 이는 도리어 형제의 의리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하늘이 또한 괴이하게 여지지 않겠습니까' 라고 했다. 짐이 정묘년의 맹약을 소중히 여겨 일찌기 너희 나라가 약속을 어겼을 때도 글로써 여러번 타일렀었다. 너는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민이 도탄에 빠질 것도 돌보지 아니하고 지난날의 맹약을 결국 저버렸다.
네가 너희 변방 신하에게 보낸 글을 짐의 사신 영아아대 등이 얻게 되어 비로소 너희 조선이 우리와 싸울 뜻이 있음을 알았다. 짐이 네가 봄 가을로 보낸 사신을 만나거나 조선의 상인을 만날 때마다 "너희 나라가 이처럼 버릇이 없어 내가 곧 치러 갈테니 돌아가거든 너희 왕을 비롯해서 평민에게 까지 모두 알려라" 해서 분명히 말했으니 우리가 결코 속임수를 써서 군사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
또한 짐은 네가 맹약을 어기고 분쟁을 일으킨 일들을 하늘에 고한 뒤에 군대를 움직였다. 짐은 네가 맹약을 저버렸기 때문에 스스로 하늘의 벌을 두려워 할 줄 알았다. 실로 네가 맹약을 저버린 까닭에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아직도 하늘(天)이란 한 글자를 억지로 같다 붙여 말을 꾸며내려 하느냐.
또한, 네가 말하기를 '우리 작은 나라는 바닷가 한구석에 위치해서 오직 시와 글을 일삼을 뿐 군대의 일을 익히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지난날 기미년 너희가 까닭없이 우리의 영토를 침범해 왔기에 짐은 너희 나라가 반드시 군대의 일에 밝은 줄 알았다. 이번에 또 어리석은 사단을 일으키기에 짐은 너희 조선이 더욱 훈련이 많이 되어 있을줄 알았다. 누가 아직도 익히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겠는가. 너희 나라가 진짜 싸우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아직도 생각이 있으면 앞으로 조련하면 될 것이다.
또 네가 이르기를 '임진의 난 때 우리 작은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을때 신종황제가 천하(天下)의 병력을 동원하여 백성들을 구해 주셨습니다"고 했다. 천하란 무한히 큰 것이고 또 천하에는 많은 나라가 있다. 너희의 어려움을 구원한 것은 오직 명나라 하나 뿐인데, 어떻게 천하의 군대가 이르렀다고 말하느냐. 명나라와 너희 나라는 속임수가 많아서 거리낌이 없다. 이제 산성을 괴로이 지켜서 운명이 조석에 달려 있는데 아직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 같은 부질없는 말을 하고 있으니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또 네가 이르기를 '한때의 울분을 씻으시려 하사 병력을 기울여서 형제의 은의를 손상시키고, 스스로 새로와지는 길을 막으시어, 천하 나라들의 기대를 끊어 버리신다면, 이는 대국으로써 장구한 계책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고 했다. 그러나 형제의 좋은 정을 깨트리고 싸우기를 꾀한 것은 바로 너다. 짐이 서쪽으로 정벌하는 시기에 몰래 우리나라를 헤치려 했으니 너희 조선이 우리나라에 무슨 은혜를 베푼 일이 있었단 말인가. 무릇 이러했으면서도 스스로 고명(高明)하다고 하여 스스로 장구한 계획을 한다고 하니 짐이 어떻게 믿겠는가.
또 네가 말하기를 "황제께서 바야흐로 영명, 위무의 지략을 가지고 사방의 나라를 무마하여 복종케 하고 계십니다. 새로이 황제의 존호를 올리어 관온인성 네자를 위에 붙였음은 장차 천지자연의 법칙에 따르시고 패왕의 업을 이룩하시려는 것입니다"고 했다. 짐의 나라 안밖의 여러 왕과 대신들이 이 같은 존호를 나에게 올렸다. 짐이 패왕의 업을 이룩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또한 까닭없이 군대를 일으켜 너희 조선을 멸망케하고 너희 백성을 헤치려는 것은 아니다. 굽은 것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다.
천지의 도란 착한 자에게는 복을 주고 악한 자에게는 재앙을 내려 지극히 정의로와 사사로움이 없다. 짐은 천지의 도를 몸소 행하는 것이다. 마음을 기울여 나의 명령에 따르는 자는 우대하여 기르고, 위엄을 우러러 보고 항복을 청하는 자는 평안하게 하며, 명령을 거스러는 자는 하늘의 뜻을 받들어 토벌한다. 악을 편들어 대항하는 자는 죽이고, 완강하여 순종하지 않는 자는 사로잡고, 강포한 자는 두려움을 알게 하고, 교활하고 사특한 자는 할말이 없이 궁하게 만든다. 이제 너는 짐의 적이 되었기에 군대를 일으켜서 여기에 왔다. 만일 너의 나라가 모두 짐의 판도가 된다면 짐이 어찌 보호하고 길러서 자식처럼 사랑하지 않겠는가.
또한 네가 말하는 것과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이 모조리 서로 다르다. 너희 나라에서 전후해 오고간 문서 중에 우리 군대가 얻은 것을 보면 흔히 우리 군대를 노적(奴賊)이라고 불렀다. 이는 너희 군신이 평소에 우리 군대를 도적이라 불러 왔기에 이를 깨닫지 못하고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나는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자는 도적이라 한다'고 들었다. 우리가 정말로 도적이라면 왜 사로잡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입과 혀로만 욕을 한단 말인가. 속담에 '양의 기질에 호랑이의 가죽(洋質虎皮)'란 실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사람의 행동은 민첩한 것을 귀하게 여기고 말은 공손한 것을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행동이 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경계한다. 누가 너희 나라처럼 교활하고, 사특하며, 망령되고, 기만하여, 이것이 날로 쌓여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거리낌 없겠는가. 이제 네가 살려거든 마땅히 빨리 성(城)을 나와 명령에 따르고, 싸우려거든 빨리 나와서 일전(一戰)을 시도하라. 두 나라 군대가 부딪히면 하늘로부터 반드시 처분이 있을 것이다.
숭덕 2년 1월17일, 대청국 관온인성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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