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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들림


나는 어릴 때 가을과 결혼하는 꿈을 꾸었다. 가을은 열매(먹거리)가 많은 계절이였으니까....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다. 사랑을 하면 생명을 얻는다. 천고마비 가을에 어릴 때 꿈인 배우자 가을과 함께 가꾼 꽃의 열매와 나눈 정의 생명의 수확을 미루고 다가오는 겨울 맞을 채비에 잠시 뜸을 드린다

나는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목표에서 벗어난 일들을 한다. 일만 하면 되는데 인터넷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카페에 들린다. 일을 하다가 책도 조금 읽는다.
일 할 자료를 준비하다가, 보고서를 쓰고 도무지 집중을 못한다. 이걸했다 저걸 했다, 왔다 갔다, 그러면서 하루를 뭉그적거리고 있다. 이러한 산만함이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시간을 질질 끌게 만든다. 뭉그적거림의 바보가 된다. 지식이 만연한 작금에 바보라 불리는 자체가 도태와 뒤처짐을 의미하는가?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닌가? 바보라는 어감 자체가 익숙하지 않음이 좀 불편하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삶의 모습에서 뜸 들임의 바보의 모습을 보고 싶다.

어릴적 내주위서 아련한 신비로 맴돌던 좋아하는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미의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깊은 한숨으로 멀리서 바라볼 뿐이였다.지독한 짝사랑이다. 용기 없는 나를 탓하면서도 항상 허기져 있었다. 그미를 향한 내 마음은......,그미의 마음을 가슴 가득 채우고 싶은데 허망한 바람뿐이였다. 두려움과 불안감이였는지도 모른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자격지심이였다. 그미의 꿈과 현실을 오롯이 받아주고 채워줄 능력이 없었다.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이름. 한때 아득히 잊혀 질 것 같았다. 가을이 외롭다고 하던 사람이다. 물론 새침떼기는 아니다.찬바람 휑하니 부는 도도한 여인도 아니다. 다가서지 못할 만큼 나를 싫어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였을것이다. 나의 이상형인 사람.....세월이 흐를수록 가을이 오면 정담을 나누며 차 한잔할 수 있는, 기다림을 달래주는 인연의 아름다움에 눈물겹도록 정이 가는 사람이다 남은여생 애절함을 느끼며, 이제껏 살아온 세월보다 앞으로 살 날이 짧아 인생무상을 느끼며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영원히 아름다운 정을 간직하고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이다 서로 안녕을 위해 기도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며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화나 메일로 아름다운 속마음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녀가 내미는 손을 잡고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도 주고받으며 서로 위로해 주며 의지할 수 있을것 같은 사람 이다

나는 오늘도 뜸을 드리는 "자발적 바보"가 된다. 뜸들임은 나의 일상이고 취미가 되었다. 무엇이든 좋다. 그 때 그때 하고싶은 것들 독서 산책 쇼핑등등...그미가 생각날때도.....이런 생활은 긴장감으로 얻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참 좋은 방법이 아닐까? 나는 백치 바보가 된다.결혼전 집사람과 만나던 사절 집사람의 미소을 '백치의 미소'라 했다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난다 톨스토이는 '자발적 바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밥을 지을 때는 뜸이 들어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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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砅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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