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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인<안동역에서>
 
☆☆☆ 
1977년 9월26일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그해 서울에서 국가기술자격시험을 보고 돌아오는데추석 전날이라 귀성차편이 서울역 고속버스 터미널 모두 매진이다


친구와 둘이서 묘안을 짜낸다. 청량리역으로 가서 중앙선을 알아보자. 좋은 생각. 물어 물어 청량리역을 찾아간다.
다행이 심야 열차표가 있다. 저녁 마지막 열차 부산 아침 도착이다.
 
부산 촌놈 둘이 기다리는 긴 시간......놀다 가라며 팔 소매를 잡아 당기는 여인들 뿌리치느라 혼이 난다.
당시의 역 부근에서는 흔한 일들이였다. 친구 놈 책가방만 절대 놓지마란다.
 
지금 생각하면 시험 전날 밤 값싼 여인숙에서 친구와 둘이 여장을 풀고 저녁을 일찍 먹고 책을 펼치는데
여관 주인 문을 살며시 열더니 "아가씨 필요하세요 ""아 아니예요! 학생인데 시험보러 왔어요!" 

당시는 통행금지가 있던 때이다. 옆의 친구 "승연아 안되겠다. 일찍 잠이나 자자" "그러자, 에이! 방 잘 못 잡았다"
통금시간이 지나고 조금 있으니 부실한 벽 칸간 소음인가? 옆방에서 들려오는 야한 비음 소리들...
 
"승연아! 미치겠다. 잘 수가 없다" "야 저것들 소리 들어바라 목소리가 셋이다" "글게 말이다 미친것들! 내일 시험 망쳤다"
우야튼 날은 새고, 시험은 잘 쳐서 그 자격증은 지금도 소지하고 있다 한번도 안써먹는 장롱속의 라이센스로....
 


☆☆☆
일찌감치 열차에 올라 좌석을 찾아 앉는다.
제발 노인 어르신들만 타지 않으면 하고 눈을 지긋이 감고 기도를 한다

시간이 지나니 발디딜 틈 없이 만원이다. 슬그머니 눈을 뜨니 이쁜 처자들이 꽉 찼다.
양손에 뭘 그리 많이도 들었는지. 부모님께 드릴 귀향 선물들인가보다. 

그런데 눈이 딱 마주치며 숨이 멎는것 같다.
벌떡 일나면서 "앉으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아니라예! 괘얀슴니다아! 앉아 가이소! " "지는 안동까지 가는디예! "
"아저씨는 어디까지 가시지예? " 이런 목소리 처음 듣느다. 이쁘다.

"저 아저씨 아니고 학생입니다. " "부산까지 갑니다. 그러니 앉으셨다가 안동서 내리시면 내가 앉아가면 됩니다." 
큰 선심이나 쓰는 척한다. 한사코 거절하는데도 억지로 앉힌다. 좌석 등받이를 잡고 밀리는 인파의 방호막 까지 쳐주면서....
앉아있는 모습에 눈을 고정하고 보는데 가끔 눈을 들어 처다 볼 때마다 마주친다. 입가에 미소까지 흐른다. 기분이 좋다. 
옆의 삼사십대 중년의 아저씨 왈 "다른 좌석은 다 세명이 앉아 가는데 여기만 둘이 앉아 가느냐? "
비좁으니 한사람 더 앉아도 되겠다며 자기가 앉자한다. 자기는 경주까지 간단다. 난감하다.
 
듣고있던 이 처자 고맙다면서 일어난다. 그러자 그 남정네 잽싸게 앉는다.
처음부터 세명이 앉으면 이성간이라 엉덩이가 닿으면 서로 불편할까해서 피한건데 이런 낭패가?.
 
이 작자 눈감고 자는척 하면 영낙없이 자리 빼앗기는데 그게 싫다.
번갈아 바꿔 앉자고 해도 거절한다 옆의 경주까지 간다는 작자는 예상대로다.
 
내 좌석이니 내가 앉을 수밖에! 마음이 언짢다. 가끔 눈빛이 마주친다. 웃음이 나온다.
밀리는 사람들 때문에 버티기가 힘들어 보인다.
 
"아가씨 그러지 말고 이리 앉으세요. ""사람들 다 보고 있으니 아무렇지 않습니다 "
하면서 무릎에 앉으라고 권한다. 내가 좀 헤픈 편이다 ㅎㅎㅎㅎ 주위 사람들 이구동성으로 좋은 생각이란다.
 
그 때 열차가 정차하면서 덜커덩하는 순간 그 처자 내가슴에 손을 짚는다. 왠지 좋다
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통로를 밀고 들어오니 자세 복원이 쉽지 않다.
 
할 수 없이 허리를 안아서 무릎위에 앉히고 상황을 수습하고 나니 이 아가씨 설 자리가 마땅찮다.
"이렇게 됐으니 그냥 앉아 가세요." 자세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고 허리까지 감싸 안는다.
환희의 신비가 이거로구나! 난생 처음 내 무릎에 앉혀 보는 여인,

코 끝을 스치는 그 내음,... 뛰는 가슴 ... 무릎위의 전도열
어젯밤 그 야한 소리까지.....

오버랩이 되는데 열차는 아는지 모르는지
 


☆☆☆
안동역이다. "고맙습니데이! 안녕히 가이소 '
옆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둘이 딱 어울리니 주소 전화번호 적어서 주란다
 
이 처자 혼쾌히 볼펜과 메모지를 달란다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는듯이 언능 준다
"안동이나 서울 오시면 꼭 연락 하이소. " 안동 서울 연락처 주소를 손에 꼭 쥐어준다.
 
받아든 메모지 꼭 간직하고 눈을 부친다.어제 못 잔 잠까지 몰아 친다
 
인생사 아런건가? 세옹지마 호사다마가 이런건가?.

☆☆☆
부산역이다
새벽에 도착 그 메모를 찾는데 없다.

우라질? 꿈이었던가?. 주머니고 가방이고 샅샅이 뒤져본다
분명히 꼬옥 잘 간직했는데. 허탈 그것이다

지랄 ~ 집에 도착하여 책 갈피를 한장 한장 넘겨도 안 보인다
며칠을 뒤적여도 없더이다....두고두고 아쉬움 남은 그 여인이다

지금이야 얼굴의 윤곽도 기억에 없지만 느껴오던 전율은 생경한데 .................
안동에 가보면 얼굴의 윤곽이나 떠오르려나

혹시 만나면 기억 할까?
그림자 마저 지워진 까마득한 37년 전 기억을 잠시 회상해 보면서...........
 


☆☆☆ 
언제 안동 땅이나 한번 밟아볼 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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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砅涓鄭承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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